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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눈도 못 뜬 채 양치와 세수를 했다. 간단한 아침밥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엄마가 골라준 알록달록한 색들의 옷을 입는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연보라색 플리츠 치마도 입었다. 예쁜 옷을 입고 기분 좋게 학교를 갔다. 나는 내 친구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나는 뚱뚱했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조금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정도였는데 그 당시 초등학생에겐 가혹한 평가들이 이어졌다. 학교 친구들은 나를 뚱뚱하다며 놀렸다. 내 친한 친구들이 그만하라며 도와줬지만 마음의 상처는 너무 깊었다. 친구들만이 나를 욕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도 살에 예민해지게 괴롭혔던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 엄마이다.
우리 엄마는 나를 쪽팔려했다. 나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게 일상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았던 일은 옷 가게에서 일어났다. 나랑 엄마, 친언니 세 명이서 옷을 사러 갔었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입는 유명한 브랜드였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나는 가서 예쁜 청바지를 하나 골랐다. 피팅룸에 가서 입어보는데 다리가 꽉 꼈다. 꽉 껴 올라가지 않는 바지를 억지로 올려 후크를 잠갔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최악이었다. 스키니 진을 뚫고 내 살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창피했던 나는 얼른 벗으려고 했다. 그때 엄마가 피팅룸 문을 확 열었다. 엄마는 내 모습을 보더니 화를 냈다. 어떡할 거냐 니 꼴이 그게 뭐냐 하며 사람들 다 있는 가게에서 나에게 창피를 주었다. 정말 죽고 싶었다. 펑펑 울었다. 울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뚱뚱한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나를 달래주지 않았다. 그 뒤 사과도 없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뒤로 나는 먹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양을 줄이고 밤에 먹는 것을 줄였다. 초등학생 때 식단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기이하다. 식단도 하고 키도 많이 커서 나는 정상체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살에 대한 공포를 조금씩 잊어가던 중.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는 일이 발생했다.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살이 기하급수적으로 쪘다. 50키로 대이던 내 체중은 69킬로까지 쪘다. 사실 이 이상 쪘을 수도 있는데 무서워서 안 쟀다. 난 하루가 다르게 찌는 살에 너무 무서웠다. 곧 졸업사진 촬영도 있어 3일을 쫑쫑 굶었는데도 살은 계속 쪘다. 심지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토끼가 올라왔다. 평지를 걷는데 온 세상이 울렁울렁거렸다. 심박수는 보통 120에 높으면 150까지 올라갔었다. 난 이러한 증상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병원에 가고 싶었다. 내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거 같았다. 이런 내 기대를 깨부수는 부모님의 반응은 참담했다. " 너 그거 운동부족이야. " 이 한마디에 난 또 무너졌다. 나에게 운동부족이라며 좀 움직여라, 너무 살쪄서 그런 거다. 등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나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져만 갔다. 병인 거 같다고 병원에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간 더 큰 상처를 받을 까봐 그만뒀다. 병은 무슨 운동부족이라니까? 와 만약 검사를 했는데 진짜 운동부족이라면? 하는 무서움이었다. 그러다 결국 상태가 점점 악화돼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집 앞 종합병원에 가서 심장 관련 검사를 다 했다. 심전도, 초음파 등등 여러 감사들을 했다. 초음파를 볼 땐 너무 아팠다. 가슴을 쇳덩어리로 짓누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하루 종일 기계를 달고 있는 검사도 했었다. 모든 검사 결과 이상 없음 이었다. 심박수가 빠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진짜 운동부족인가 봐... 하는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원인을 찾지 못하자 의사가 갑상선 검사를 권했다. 난 마지막으로 혹시.. 하는 생각으로 피검사를 했다. 결과는...
갑상선 저하증이었다. 갑상선 저하증이란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질환이다. 나는 일반 수치에 비해 6배나 부족했다. 대표적인 증상이 체중 증가였다. 아무리 안먹어도 정말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게 당연했던 것이었다. 결과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악착 같이 빼려고 해도 안 빠지더니 병이었다니. 갑상선 쪽 병은 유전일 확률이 높다. 우리 엄마도 갑상선에 혹이 생겨 떼어냈고 외삼촌도 갑상선 쪽에 문제가 있다. 의사는 아마 유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병원 계단에서 아빠가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무슨 사과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병에 걸리게 해서 미안하다?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에 안 데려가서 미안하다? 뚱뚱하다고 뭐라 해서 미안하다? 미안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날 저녁 엄마는 역시 사과하지 않았다. 난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았다.
이젠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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