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서 와.
일부로 제 방까지 와줘서 기뻐요.
아, 소바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말, 올해 마지막날까지 일이라서 죄송해요.
일단 콜라보도 많고, 사무 작업이 밀려 있어서.
그래도 마침 쉬려고 했던 때라 괜찮아요.
같이 먹어요.
소바, 맛있었어요.
지쳤을 때 따뜻한 음식은 정말 힐링되네요.
마지막날에 소바라니 오랜만에 먹었을지도.
*일본에서는 새해 전 날에 소바를 먹는 '年越しそば(토시코시소바)'라는 식문화가 존재함. 편의상 마지막 날로 의역.
저는 누구랑 밥을 같이 먹는 걸 좋아해요.
올해 마지막을 너랑 보내다니... 기쁘네.
사실은 이 뒤도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고마워요.
방송에서 모두와 해를 넘겼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연인으로써 최악의 부탁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이런 사정을 들어줘서 기뻤어요.
그러고 보니 저, 일정 하나가 갑자기 취소됐어요.
네 일정은?
그렇구나. 그럼 지금부터 두 시간은 저와 당신의 시간이 됐어요.
둘이서만 뭘 할까요?
싫다고 해도 안 놔줄 거니까요.
02
제야의 종의 의미 알아요?
맞아요. 백여덟 번의 번뇌의 수만큼 종을 치는 거예요.
식욕, 수면욕, 색욕.
어떤 것도 끝이 없어서 어디까지 가도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래요.
손에 넣어도 다시 새로운 욕구가 끓어서 우리는 고민이 많아져요.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런 욕구를 위해 있는 걸지도.
저기, 만져도 돼?
어디라니. 그럼 처음은 머리를.
고양이 같이 부드럽고, 샴푸의 좋은 냄새.
입술이 떨리고 있어.
무서워? 아니면 기대하고 있어?
이대로 내 입으로 막으면,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나.
또? 욕심쟁이네.
이대로 깊이 넣어달라던가.
자, 입 더 열어봐.
나도 만져줘. 옳지.
간지럽다.
그 이상은 하면 안 돼.
시간?
시간 같은 건 내가 관리하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도 그런 이성이 남아 있다는 건 단순히 내 힘이 부족한 걸까나.
좀 더, 좀 더 나한테 빠져들어.
방에 돌아가도 나밖에 생각 못하게 만들 테니까.